[도쿄생활] 한국 정수기, 일본 집 수전에 셀프 설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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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일본에 살며 마시는 물은 전부 패트병에 들어있는 2리터짜리 생수를 사서 마셨습니다.

하지만 매번 패트병을 모아 버리는게 귀찮고 또 환경을 생각해보면 패트병을 더이상 소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일본인들이 주장하는 “일본물은 깨끗해서 그냥 마셔도 괜찮아”란 말을 들어도 도무지 수돗물을 마신다는게 찝찝하던 차에

전기도 필요없고 사이즈도 아담한 한국 정수기를 운좋게 얻어서 집에 데리고 오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싱크대 밑 호스에 연결하면 간단하겠지, 하고 뚜껑을 열어보니….

믿기지 않는 광경을 목격하고야 말았습니다..

물 벨브와 연결된 호스가 무려 <동관>이었던 것입니다. 이 집의 연식이 20년이 넘는데 이 수전 모델은 그때 지으며 설치한 수전이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교체한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망연자실과 동시에 순간 이걸 건드려도 되나.. 두려움에 휩싸인 나머지 어떡하면 좋을지 다시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수전 물조절 밑에 있는 구멍에 연결하여 물을 빼낼 수 있는 어뎁터를 샀습니다

그런데…!

구멍이 너무 아래에 있어 높이가 안맞아 어뎁터가 맞물리지 않고 겉돌아서 이 방법도 실패하고 맙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호스는 6mm인데 일본의 물이 나오는 구멍은 10mm라 전혀 맞지 않습니다..하하

이대로 물러설 수 없어서 수많은 유투브를 검색하고 찾아본 뒤에 동관을 움직여보기로 하고 최대한 연결해보려고 했으나.. 높이가 어떻게 해도 안맞고, 움직이다 보니 동관이 구부러지거나 잘릴 가능성이 있어서 그 상태로 또 스탑..

이 어뎁터 하나를 연결하는게 그리 어려울 일인지..

동관이 구부러졌지만 에어컨 가스 동관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을 지인에게 건네듣고 일단 계속 사용..

그리하여 다시 어뎁터를 연결하는 원리를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밑쪽 동관에 어뎁터를 연결하는건 무리라고 생각하고 싱크대 수전 자체에 관련 어뎁터를 연결해야하는데 한국에서 받은 물 나오는 구멍이 되는 어뎁터는 구멍이 양쪽으로 되어있어 한쪽을 막는 어뎁터가 필요했습니다

일본 사이트에선 전혀 찾을 수 없었지만 한국 사이트에서 <정수기 부품>이라고 검색하니 바로 필요한 부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을 기다려 한국에서 부품을 받고 에너지 풀충 후 다시 수전 설치 시작

 

이번에는 기본 수전의 윗부분을 제거하고 분기 수전을 구매해 옆으로 나있는 분기를 통해 한국에서 받은 어뎁터를 연결하는 걸로 도전..

 

그런데 아뿔싸

수전 자체가 오래돼서 위의 사진처럼 저 육각형 부분을 아무리 힘을 주고 돌려도 도무지 열리지가 않는 것입니다.. ㅎㅎㅎ

다시한번 고난에 봉착한 저는 최후의 보루인 <일본인 친구에게 몽키스패터 등 공구가 있는지 묻기>를 실행했습니다

너무나 고맙게도 라인을 보내자마자 친구가 집으로 달려와주어 몽키스패너로 열어보려고 하였으나 실패…

https://youtu.be/FzV6mjn27mg?si=GF1PIsNLjW9BZgXn

오기가 생긴 친구는 위의 영상을 보고 고무, 몽키스패너, D자형 고정 공구 등을 사가지고 다음날에 다시 저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몇번의 시도 끝에…! 이 수전 윗부분을 열 수가 있었습니다!!!!!!

역시나 안을 보니 녹이 슬어있었고 그 때문에 잘 열리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약 3주간의 시간을 들여 원하던 정수기를 설치 완료!

 

물의 수압, 맛, 그리고 무엇보다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고 매번 물을 사지 않아도 돼서 정말 행복합니다.

 

전 이렇게 굳이 한국 정수기를 설치를 하느라 뻘짓을 많이 했지만, 다른 일본에 계신 분이라면 아마존에 SK 매직 정수기라고 일본어로 검색해보시면 보다 쉽게 (ㅠㅠ) 정수기를 설치하실 수 있습니다

 

너무나 오래되어 한국에서 볼 순 없는 동관을 가진 수전, 수전을 여는데 드는 수고, 한국과 일본의 다른 호스 사양, 사람을 불러서 하기엔 비용이 아까운 정수기 설치.. 등으로 다시 한번 왜 일본인들이 불편함을 개선하지 않고 현상 유지만 하며 사는지 알게 되었던 지난 3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