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생활] 일본 재난지원금 10만엔을 받았다

일본 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대책 일환으로 일본 시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들에게도 10만엔을 일괄 지급한다고 결정했다. 내가 사는 지역은 5월 1일 날짜로 온라인과 모바일 신청을 받았어서 일찌감치 신청을 완료한 상태였다.

 

신청한지 2주..3주가 지나도 소식이 없다가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내가 신청한 날짜에 신청한 사람들은 6/2에 재난지원금을 일괄 지급한다는 공지가 떠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은행에 가서 확인하니 정말로 재난지원금이 들어와있었다!

 

의도치 않은 나의 전재산 공개. 나의 통장 잔액이 재난 지원금 덕분에 늘었다

 

무려 한달이나 걸려 받은 재난지원금이다. 신청하면 10초만에 지급되는 한국의 시스템과 비교하면 느려도 너무 느렸다. 어찌됐든 무사히 돈이 입금돼서 괜시리 꽁돈 생긴 기분이다. 이 돈은 당분간 쓸 계획이 없어서 고이 통장에 넣어둘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온라인으로 재난지원금 신청할때부터 일본은 왜 이렇게 일을 비효율적으로 할까? 란 생각이 들었다. 

 

정리해보자면,

 

1. 일본인들 중에 마이넘버카드(한국의 주민등록증)을 가진 사람이 15% 밖에 불과하다.

 

일단 한국과 같은 주민등록증인 마이넘버카드가 있어야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한데, 일본 국민 대다수가 이 마이넘버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고, 가지고 있어도 마이넘버카드 발급시 설정한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신청을 할 수 없다..!

 

또 전입신고를 할 때마다 해당 구청에 가서 새로 갱신을 하고 비밀번호 재설정을 해야하는데 전입신고만 하고 비밀번호 갱신을 안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온라인/모바일 신청을 할 수 없다. 할 수 있어도 또 구청에 가서 비밀번호 갱신을 위해 몇 시간을 버려야한다. 이러니 성가셔서 안하는 사람이 태반인거다.

 

2. 온라인 신청은  IC카드 리더기가 필수

 

마이넘버카드가 있고 비밀번호도 알고 전입하고 비밀번호도 갱신했다고 해서 바로 온라인을 신청을 할 수 있느냐. 그건 아니다. 신청이 온라인/모바일/우편신청으로 나뉘는데 온라인의 경우 IC카드 리더기가 필요하다. IC카드 리더기..?

 

 

마이넘버카드에는 IC칩이 내장되어있어 신청을 할 때 이 정보를 읽어 올 리더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식당에서 결제할 때만 봤지 집에 카드 리더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게 없다면 온라인 신청은 하지 못하게 된다. 

 

3. 아이폰 8이상, 안드로이드는 IC카드 인식 안되는 기종도 있다

 

이렇게 온라인 신청을 못하게 되면 모바일로 넘어가본다. 나 같은 경우는 아이폰 10을 사용하고 있어 아이폰에 탑재되어있는 IC 리더 기능을 사용하여 무사히 신청을 완료했지만 아이폰 기종이더라도 8미만은 리더 기능이 없어 신청을 할 수 없다. 또 안드로이드도 되는 기종과 모델이 있어 신청이 어렵게 된다. 

 

4. 온라인/모바일로 신청하지 말아주세요

 

온라인/모바일로 신청을 했어도 지급하는데 한 달이나 소요된 이유는 신청자의 정보를 기존 주민 정보와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대조하였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IT 시대에 정말 비효율적이게 일한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공무원이 방송으로 우편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한거면 말 다한거다. 

 

5. 우편신청도 모바일/온라인 신청보다 늦게 시작, 온라인 신청 기점으로 2달 뒤에나 지급 시작

 

마이넘버카드 발급도 귀찮고 온라인/모바일 신청도 안되면 우편신청서가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야하는데 온라인 신청으로 부터 한달 뒤에나 신청서 발부 예정이고 신청을 했어도 이 같은 진행이면 빠르면 한 달 뒤에나 재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재난 지원금의 의미가 조금 무의미해지는 순간이다.

 

한국의 빠른 행정시스템이 결국엔 사람을 갈아서 이루어낸 결과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아이티력과 행정시스템의 처리속도를 몸소 느끼게되어 자국민으로서 뽕이 차오른다. 대한민국이 세상에서 제일 최고다@^^@